84기 집단상담 후기

은*
2024-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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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나를 마주 보다]


잘하는 거 좋아하고, 날뛰고 나대는 것 좋아하는데 입은 무겁고 몸은 쳐지고 머리는 맹해가지고는, 도대체 불만만 가득한 집중과정을 보냈다.

내가 가장 자유롭게 날뛰는 공간이자 시간이 집단상담인데 도대체 쳐지고 무거워져 명치가 시리고 스산했다.

쪼그라들고 겁 많은 모습을 벗고 새 힘을 찾고 싶은데, 그 ‘힘’이라는 말이 부담스러워지기만 했다.

 

조급함과 스산함에 못 이겨 내 얘기를 천천히 띄엄띄엄 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이 기다리고, 위로하고, 얘기를 보태는데도 온전히 그 말들이 귀에 꽂히지 않고

어디엔가 블랙홀이 달린 듯 스르르 빠져나갔다.

다시 쪼그라들고, 다시 찌질한 말들만 반복하는 느낌이었다.

벗지 못하는 허물이나 막이 있는 것처럼, 만나지지 않는 느낌이 어정쩡했다.

 

지금 돌아보니 내가 알아차리고 있지 못한 것은 약한 나였다.

나는 약한 나의 모습 그대로를 친구들에게 내보이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아차리게 된다.

멍하고 약한 모습은, 일어나지 않은 상태인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내 모습이었고

집중 과정을 하는 내내 나는 약한 나의 모습대로 행동하고 말하고 친구들을 만나고 있었다.

내가 부정하고 답답해하더라도 그 자체로 내 모습이었고, 나의 친구들은 그런 나를 내가 알아차리기 전에 이미 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벗지 못하는 허물을 두르고 있는 것처럼 답답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모습대로 자연스럽게 땅을 디딜 수 있어서 이번 집단이 오히려 나의 안전한 울타리였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이번 집단을 통해 나는 새로운 출발이 아닌, 제대로 된 이별과 마무리를 했다.

시험 불합격을 족쇄 삼아 붙잡고 동정 받으며 안전한 멈춰서기를 즐기지 않기 위해

나는 과감하게 실패자의 딱지를 떼고, 성공자의 깃발을 의지적으로 들고자 한다.

주변 사람들의 수많은 안타까움과 연민을 뒤로 하고

나는 시험 합격증보다 더 귀한 증서를 내 마음에 품고

뜨겁지는 않지만 새롭게 꿈틀거리는 중이다.

 

4박5일 끊임없이 도전하고 알아차리며 간절하게 서로의 이야기를 해낸 친구들에게,

많은 자극이 되었고, 격려가 되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하며,

그 간절함으로 또 잘 살아보자!

우리의 간절함이 머무는 그곳이 치열한 천국임을 믿는 마음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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